Issue 130, Jul 2017
케리 제임스 마샬
Kerry James Marshall
짙고 영롱한 검은색
“나는 투명인간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랠프 앨리슨(Ralph Elison)의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의 이 문장은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그는 지금껏 역사적,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아 온 흑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여러 미디어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현대미술 가운데, 회화에 전념하는 그는 담담하게 그들의 삶을 그린다. 그 누구도 무엇이 유효한지 아닌지 정할 권리가 없다고 여기는 작가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들을 화면에 담는다. 이렇게 작가는 예술 인생 전부를 하나의 맥락에 바쳤지만 그럼에도 아직 ‘흑인’에 관해 풀 이야기는 끝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제 겨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으므로 ‘마스터’로 불리는 것엔 조심스럽다는 그. 어쩌면 그는 그리는 것이 중요할 뿐 ‘마스터’란 칭호의 부질없음을 간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정송 기자 ● 사진 잭 샤인만 갤러리(Jack Shainman Gallery) 제공
'School of Beauty, School of Culture' 2012 Acrylic on canvas 108×158 inches ⓒ KerryJamesMarsha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Jack Shainman Gallery, New York